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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인문학_김욱

forlove 2025. 7. 23. 15:05

최근 일본 작가 소노 아야코님의 에세이를 자주 읽게 되어,번역가이신 김욱 님을 알게 되었고, 김욱님이 옮기신 책<니체의 숲으로 가다>을 읽고, 김욱님의 저서를 찾다가 <상처의 인문학>을 알게 되었다. "1장 상처의 흔적이 날마다 나를 새롭게 한다. 2장 악몽 때문에 꿈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3장 상처 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4장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힘이 있다면 세상은 지루하지 않다." 총4장으로 되어있다. 그 속에 니체, 이육사, 박완서, 도스토엡스키..등 많은 대 작가들의 삶의 상처가 어떻게 창작이  되었고, 그 창작물은 지금까지 어떻게 위로가 되어왔는지 기록되어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책들을 다 읽어보고 싶지만 시간과 나의 집중력이 따라주지 않기에 어려운 책들의 깊은 의미를 정리해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대 작가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만 힘든게 아니란 것을, 나만 아픈게 아니란 것을 확인하는 순간 가장 큰 위로가 되듯이 대작가들의 상처와 작품속에서 큰 위로를 느낀다. 더불어 그런 상황속에서도 희망의 작품들을 남기신 작가들에게 존경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 264(이육사) 출감 후에 그는 이 치욕스런 수인번호를 시인의 이름으로 삼는다. 그것은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현실에 기대어 살지 않고, 비참했던 시절의 치욕을 자랑 삼아 희망을 노래하겠다는 굳은 다짐이기도 했다.
 고문이 끝나고 차디찬 감옥 바닥에 내던져진 이육사는 한탄과 절망으로 눈물 흘리며 어서 이 괴로운 잉여의 시간이 끝나기를 고대하며 잠들지 않았다. 부스러지기 직전의 흑엔에 침을 발라 손톱이 다 빠진 손끝으로 연필을 쥐고 시를 써내려갔다. 그가 쓴 시들은 정치활동과 희망을 품을 수 없는 독립운동에 화가 난 이십대 초반의 배설과도 같은 한숨이 아니었다. 빛 한줄기 내비치지 않는 어둔 감옥에서 피어났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화려한 상징과 은유들, 당찬 포부들, 미래를 의심치 않는 희망들로 넘쳐났다." p.34 "우리 삶에 분노가 필요한 진짜 이유"_ 이육사, <육사시집> 
 
 
"어리석은 실수와 나태로 생활을 책임지지 못하게 된 이들을 위해 왜 하필 내가 희생해야 하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은 인류가 지속되는 한, 영원히 우리를 괴롭히는 질문이 될 것이다.
 봉사와 양보, 희생은 더불어 살아간다는 인류의 운명에서 강요된 고통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고통을 감수하고, 때로는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까닭은 회복된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위협 하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안락해지는 기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삶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봉사와 양보, 희생을 발판 삼아 뿌리내렸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살아간다. 그 흐름에 멍이 생기고 부패하고 고름이 흐른다면 그것은 언제든 나의 아픔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P.168 "이기주의의 유혹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고통"_알베르트 슈바이처,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

-그렇게 또 용서하고, 그 때에 참지 않고, 날이 서지 않은 말로 나는 나의 말을 하면 되는 것이다..
누구나 잘못은 네가 했는데, 왜 내가 더 받아줘야 하는 고민으로 고통받는다.
 
"우리 안에 가득한 진실과 진심을 세상은 돌아봐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를 받아들여 자기를 버리고 세상의 일부로 동화되는 선택을  남발한다. 바로 그때 용기 없고 소심한 우리의 영혼은 들리지 않는 속삭임으로 세상에 없는 너만의 소중한 가치들을 지켜달라고 간절히 노래한다. 그 고맙고 자랑스러운 노래에 귀를 막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나를 굴복시켰던 세상이 한 켠에서 나만의 노래를 생생하게 들려줄 수 있는 기호가 찾아온다. 세상이 내게 굴복하는 것이다". p.249 "세상에 길들여지거나 세상이 내게 굴복하거나"_ 신경림 <농무>

 다친 후 바로 상처가 안 보일 수 있다. 스치고 지나간 지 알았는데 조금 있다 보니 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피멍이 들어있을 수 있다. 그때 왜 상처를 낸 사람에게 따지지 않았는지.. 그때 난 왜 조심하지 않았는지.. 생각하며 안타까워한다. 쉽게 지나가버리면 좋겠지만 내 안에서 계속해서 상처를 생각하며 괴로워한다고 해도.. 괜찮다. 피멍이 조금씩 줄어들고, 상처가 사라지는 것처럼, 흉터가 남더라도 괴로워하는 시간을 통해 나의 감정과 상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한다면 상처는 어느덧 아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똑같은 상황에서 이전보다 인내하게 될 것이고, 더 나은 결정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은 어쩌면 우리가 겪어온 모진 상처의 역사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내 안에 쌓여가는 상처의 흔적과 흉터들이 나를 만들어간다. 따라서 삶의 모든 시간을 통해 우리가 겪어온 무수한 상처의 흔적이야말로 우리 자신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상처를 통해 넘어지고 빼앗기고 아픈 좌절의 기억만 얻는 것은 아니다. 상처로 얼룩진 기억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 때 인간은 과거를 성찰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는다. 

척박한 인생살이에 힘겨워하는 우리를 위로하고, 상처를 길들이고, 견딜만한 것으로 보듬어주는 작가들, 자신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상처에서 회복되는 힘을 주는 작품들을 한데 모았다. 여기에 실린 아픈 삶의 기록이 내일을 살아가야만 하는 지친 마음들에게 작은 두근거림을 안겨줄 수 있기를 바란다

_서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