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패션 수업에 사용할 천과 부자재를 사러 동대문을 행했다. 이번엔 걸어가지 않고 꼭 ‘동대문 종합시장 바로 앞에서 내려야지!’ 라고 생각해서 두정거장을 더 가서 내려 시내버스를 탔다. 그런데 시내 버스를 10분을 기다리고, 10분을 돌아 동대문 종합시장 바로 앞에서 내렸다.
생각대로 됐는데, 기분이 안 좋다.
집에 오는 길엔 ‘앗싸! 내가 마지막으로 잔여석이 없네. 나는 앉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앞에서 좌석이 사라졌다. 분명 한자리 남았다고 해서 탔는데.ㅜㅜ 광역버스를 서서 타고 가다니. 서서 가는 사람 정말 대단하다고, 난 할 수 없다 생각했는데;; 내가 이런 일을 만나다니..내리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나쁜 일만 있으란 법은 없는 법~ 내가 서 있던 자리 앞에 앉아계신 아저씨는 내가 들고 있는 누빈 솜이 든 커다란 까만 봉지를 (생각해 보니 이 더운 날에 왜 세 마나 산 것이냐?) 들어주신다고 하신다. 대박! 그래도 죄송해서 그럴 수 없어 바닥에 놓는다고 말했다.
양쪽 어깨에 메고 있는 에코백이 뒤에 앉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기도 했지만 나한테 버럭 화내지 않아 다행이다;;
도착할때쯤 큰 아이의 전화! 왜 안오냐? 밥달라 할 줄 알았는데, 남편이 저녁을 사준단다. 늦게 출발해서 밥을 어떻게 하나? 볶음밥을 해먹을까? 생각했는데,, 제발~~이란 말이 절로 나왔다.
생각대로 된 건 힘들었고,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땐 해피한 일이 생겼네?
와우- 그래서 인생 살만한 건가?
그럼에도 감사한 건 청계천을 한 바퀴 도는 버스를 타서, 주변 시장들의 위치를 알게 되었고, 홈패션 하는 분들과 같이 시장에 다녀오며 서로의 일과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있었다ㅎㅎ. 그리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반갑기도 했다.
잠깐 차를 마시며 자녀가 직장에 다니는 분, 내일 군대에서 제대를 하는 자녀를 둔 분, 디자인 일을 10년 하다가 그만 두시고 자녀를 계획하시는 분, 무형문화재분에게 한복을 만드는 것을 배우러 다니시고 그것을 위해 재봉을 배우시는 분,
오늘의 고된 시간만큼 나의 간접경험도 늘었구나.
이것만으로도 대만족!!
서로 만든 것을 보며 ‘잘했다!’ ‘예쁘다!’ ‘대단하다!’ 해주는..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여서 여정이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는 날이다.
동대문종합시장은 A,B,C,D 동으로 되어 있고 B동 지하에서는 저렴한 천들과 부자재들, 천을 사서 부탁하면 재봉을 해주는 곳들이 많았다. 천은 모두 있지만 내가 간 곳은 C동 5층 ‘공미도’라는 곳이었다. 자투리 천이 저렴하고 연습으로 만들어볼만 천들이 많았다. 사장님도 친절하셨다. C동 2-3층에서는 샘플천들이 있었고 주문을 해서 천을 받는 방식 같았다. B동 1층은 재봉을 처음 하시는 분들이 찾을 만한 기초 부자재 가게들이 많았다.
한번 가면 몇시간이고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예쁜 천들과 만들고 싶은 의지가 마구 생기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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