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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패션일기

꿈⭐️은 이루어진다.

다음 주 화요일이면 용인시 평생교육 학습관에서 ‘홈패션 초급’ 강의가 끝난다. 내가 강의하는 거 아니다. 나이를 먹다 보니 가끔 내가 강의하는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언제까지 배우기만 할 거니?라는 생각에 부끄럼이 올라오지만, 배우러 다니는 것도 약간의 부지런함과 열정이 필요하기에 나는 배우는 거에 있어서는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나’라고 격려해보련다.

나는 첫 시간에 “저는 손재주는 없지만, 재봉틀의 기본부터 배워보고 싶어서 등록했어요.”라며 인사를 했다. 필요한 것을 내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5년 전쯤 간단한 가방을 만들어 본 경험과 손재주가 없어도 기본부터 꼼꼼히 잘 따라가면 옷도 만들 수 있다는 ‘칼과 나’님의 글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 ‘칼과 나’님의 브런치

가장 열정적으로 재봉틀을 돌리시는 분이 수업 시간에 바지를 만드시며 말씀하신다.

“우리 이렇게 힘들게 안 살아도 되는데.. ”



앞에 계신 분이 대답하신다.


“재봉틀로 작업하면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어제는 또 다른 동료분이 말씀하신다.

“나는 재봉틀이 없어서 수업에 오는 게 너무 좋아.”



어떤 분은 수업 중간에 천 조각 10개 넘게 이어 붙이는 패치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배우는 것에 회의가 든다고 하실 때도 있었다.

지금은 정성껏 패턴을 따라 그리신다. 꼼꼼히 핀으로 고정하신다. 조금 한 실수에도 다시 뜯어고치려는 열정을 갖고 계시는 것을 보았다. 이 분을 보며 점점 성격대로 편하게 하려는 나를 돌아보고 꼼꼼함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재봉틀과 작업대만 있는 공간에서 재미와 보람을 느낄까. 그 공간에서는 3시간 수업시간이 1시간처럼 흘러가고 더 일찍 오시고 더 오래 남아서 재봉틀을 돌리신다.



마지막 수업을 남기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옷을 만들고 싶어 하시는 분은 다른 반으로 가실 것 같고, 나처럼 다시 한번 배워보고 싶으신 분은 함께 할 것 같다.

수업은 달라도 ‘동대문에 천 사러 가는 친구’로 남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그렇게 되면 좋겠다!). 옷도 서로 골라주는 재미가 있듯 천도 서로 봐주며 사는 재미가 톡톡하다.

당장 다음 주에 가방을 만들 천이 없는데, 혼자 장 보러 가기 아쉬워 집에 있는 천들을 패치워크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담에 같이 장 보러 가자고 해야지. 😁

나는 기본부터 배워서 내가 원하는 길이의 바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수업을 두 번 들으신분께서 선생님께 파자마 바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만드신 패턴으로 모두가 바지를 만들 수 있었다.

다 만들고 난 후 패턴이 모든 사람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기대만큼 몸에 잘 맞게 나오진 않았다. 차라리 사서 입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함께 천을 고르고 완성된 바지를 기대했던 경험,
패턴을 그리고 재봉을 하던 경험,
잘못한 것을 뜯어가며 다시 재봉을 했던 경험들은 살 수 없을 것 같다.

허리 벨트를 달며 다른 천을 같이 박아 버렸다. 뜯어서 다시 박았는데 또 다른 천을 같이 박아버렸다. 실수하고 뜯어야 할까 봐 다시 박기가 두려웠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소중한 경험이에요. 다음에는 뒤에 천을 신경 써서 박을 테니까요.”


나만 실수를 하는 것 같지만 다른 분들도 뜯고 박기를 반복하신다. 오버록이 잘 안돼서 밑단을 자르고 다시 오버록을 하신다. 완성된 바지에 품을 0.5만큼 줄이면 되겠다고 아이디어를 주신다.

추억이 깃든 바지를 오늘 입고 외출을 했다.
린넨의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통이 넓어 시원한 느낌이다.
인건비는 경험과 추억으로 대신한다. 재료비는 8000원 들었다. ^^ 아무튼, 난 바지를 만드는 꿈을 이루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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