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패션'을 배운다. 홈패션 하면 나 어릴 적 엄마가 집안에 전자제품들 위에 레이스 달린 덮개들을 덮여 놓았던 것들이 생각난다.
재봉틀로 바느질하는 것을 배운다. 바느질을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무언가 만들고 싶은 게 있을 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유튜브에 아무리 좋은 설명이 있다고 해도 직접 해서 배운 게 아니면 '이게 무슨 소린가?'라는 생각에 금방 포기해 버릴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소품이라도 재단을 하고 연결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수하며 뜯고 박기를 반복해 가며 바느질을 배울 수 있다.
돈으로 사면되지 않나?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이런 과정에 재미를 못 느낀다면 사면된다. 살 수 있는데 사지 않고 만드는 일을 어떤 사람은 '자기만족'이라 말한다. 그런데 나는 자기만족이라기보다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움의 기쁨이 더 큰 것 같다.
이 기술로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수도 있다. 배움은 또 다른 배움을 낳고 배움은 다른 사람을 돕는 좋은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특별한 커리큘럼이 없어 가방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을 모았다.
샘플로 가져온 가방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마땅한 가방 천이 없었다. 재료가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샘플로 만들어놓은 가방에서 밑은 더 좁히고 옆을 더 늘리자는 의견을 모았다. 사이즈가 적혀있는 교과서에서 사이즈를 이리저리 변경해 보았는데 상상해 보니 생각보다 엄청 큰 가방이 만들어지는 계획이 되었다.
이것도 선생님께서 알려주셔서 알게 되었다. 아니었다면 엄청 빅빅백이 완성되었을 수도...
결국 선생님이 제시해 준 사이즈로 만들기로 했다.
우리는 30분을 계획했던 것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자 서로를 보며 웃었다.
우리의 한계를 생각하며.. 웃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은 좋은 거예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다. 정말 왕초보 시절에는 하라는 대로만 했지, 내가 원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없었다.
무언가를 배우면서 느끼는 것들은 삶과 얼마나 닮았는지..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건가 보다. 배우며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니까 말이다.
마음속으로 많은 계획을 한다. 계획을 세우면 뭐 하나? 이루어지지 않을 텐데.라는 체념이 들 때도 있다.
오늘 몇 달 전에 세웠던 계획들을 펼쳤다. 거의 이루어진 것이 없었다. 가방을 만들 때처럼 원래 하던 대로 하고 있다.
그래도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이것저것 생각하고 적어보고 한 후, 최선의 방법이어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할 일은 끝까지 해내는 것이다. 가방을 만들고 갖고 다니지 못해도(촌스러워서),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가방으로 돈을 벌지 못해도, 끝까지 해낸 과정에서 배운 것과 즐거움과 그만두고 싶어 했던 실망감까지.. 내 안에만 남아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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