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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

아버지사랑


나는 오늘 아이를 데려다주고 기다리는 동안에 친정 부모님을 뵙고 올 수 있었다.
아빠와 단둘이 있을때는 아빠랑 이야기하지만 엄마가 있으면 같은 여자라서 공감대가 잘 형성되기에 엄마랑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사실 나는 결혼전까지는 부모님과 이야기를 잘 나누지 못했다. 같이 살지만 친밀하지 않았다.

90년대,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할 때 우리 부모님들을 우리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시려고 밤낮없이 일하신 세대다. 그러나 자녀들은 부모와의 친밀감을 원하던 세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서로 시간을 공유할 수 없었고, 서로의 마음이 평행선을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난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간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자 읽게 된 육아서를 통해 부모님도 이해하게 된다. 나는 부모님을 이해하고, 부모님은 나를 완전히 성인으로 놓아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서로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갑자기 엄마가 변해서 나를 통제하거나 평가하면 욱-하기도 하지만 아주 가끔이다. ㅋ)

집에서 아이들과 있었던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그 중에 “지난 번에 큰 맘먹고 ck가 먹고 싶다던 블루베리를 샀는데 한 입에 없어졌어. 난 먹지도 못했어.” 라는 이야기를 하며 ㅎㅎㅎ웃었다.

쇼파에 앉아 계시던 아빠는 지난 번 적어 놓았던 우리집 주소를 확인하고 다시 적고 계셨다. “주소가 이게 맞아? ” 하신다.

‘나중을 위해 알고 계시려나보네..’ 생각했다.

집에 가져가라고 바리바리 싸주신 김치, 상추, 막걸리 등등을 차에 실어주시려고 아빠와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아빠 친구가 블루베리를 키우는데, 얘기해서 보내줄께.” 하신다. 나는 “블루베리 비싼데..” 라며 조금 놀랐다.

집에 와서 식사를 준비하는데,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는 수다에 함께 하지 않았지만 내 말을 다 듣고 계신 모양이다. 아마 속으로 집에 와서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하는 딸을 보며 흐뭇해하셨을 것 같다. 그리고 블루베리를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하신거다.

아- 유난하지 않아도, 융통성이 없다고 엄마한테 맬 혼나도, 깊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우리 아빠가 좋다. 감사하다.
눈물이 난다. 😭

아이에게 친정 부모님을 만나고 왔다고 하니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한다.

나는 헤어질 때 아쉬운 마음을 감추려 더 빨리 뒷모습을 보였다.

엄마는 차를 타고 가면서도 전화해서 “약속 때문에 먼저 나가서 미안하다.” 하신다.

넓고도 깊은 사랑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나도 우리 부모님처럼 우리 아이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해드려야지.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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