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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

"깨어났어"

월요일 아침이다. '휴일의 마지막 일요일 밤을 일찍 잘 순 없지. 나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 라며 밤 12시까지 뉴스 기사 제목만 내려보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서 예민해진 건지 작은 소리에도 깨어나 문을 닫고 다시 잠들었다. 

월요일 아침. 역시나 피곤했다.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의 저자 신순규 씨는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CFA(공인 제무 분석사)를 취득했다. 현재는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에서 증권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은 시각 장애인이 애널리스트가 되었다는 성취를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신순규 씨는 누구 못지않은 노력과 준비과정을 생각해주길 바랐다. 한 예로 그는 매일 '마음 준비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먼저 정해 놓은 성경을 몇 장 읽고 기도를 올린다. 많은 축복에 대한 감사기도, 용서를 구하는 속죄기도,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 나 자신을 위한 간구 기도를 올린다. 몇 번이나 읽은 성경을 왜 또 읽고, 내 마음을 다 아시는 하나님께 왜 또 기도를 할까? 이것은 편안한 집을 떠나 험한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내가 꼭 해야 하는 준비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출퇴근길에서나 회사에서 그리고 집에서 일어나는 좋지 않아 보이는 일들을 정말로 좋지 않은 일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매일 다니는 길이 공사로 막혀 있거나 동료로부터 기분 나쁜 말을 듣거나 혹은 아내나 아이들과 언성을 높여야 하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일들에 대한 나의 반응은 아침에 하는 마음 준비 운동의 질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2015, 신순규, 눈감으면 보이는 것들, p.24).

 

"마침 공교롭게도 마음의 준비 운동을 하지 않았거나 건성으로 한 날이었다면, 그날은 온종일 그 생각으로 속상해할 가능성이 크다. 드물게는 나의 장애를 슬퍼하기까지 한다.(중략) 우습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이런 날에는 마음 준비 운동이 나에게 산소와도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달갑지 않은 일에서도 그 의미를 찾고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2015, 신순규, 눈감으면 보이는 것들, p.26). 

 

나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뒤늦은 마음 준비를 해본다. 아침에는 어머님께서 이번 한주 가족과 싸우지 않고 화내지 않는 훈련을 해보자고 하셨다. 이것도 어머님을 통해 내게 주신 사랑이며 도움이다. 마음 준비를 하려고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님이 만드신 <사랑은 느림에 기대어>라는 책을 잡았다. 

 

"이제부터라도 사랑의 빚을 갚으며 살아야겠습니다. 삶이 아무리 각박하고 힘겨워도 그 속에서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발견해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 눈을 가리고 있던 비늘이 벗겨진 사람들입니다. 아름다운 새소리를 듣고 새가 혹시 꽃은 먹고 있는 게 아닐까 묻는 아이를 보고 무지하다고 말하는 이는 없을 겁니다. 천진함을 잃어 우리 삶이 무거워졌습니다. 물 위를 걷다가 생각의 무게 때문에 물속에 빠져들어 가던 베드로처럼 우리 또한 비애속에 자꾸 잠깁니다. 도처에서 생명의 기적이 벌어지고 있는데, 시름에 잠긴 채 그 사이를 절름거리며 걷는 것은 삶의 낭비입니다. 세계교회는 창조절기 가운데 9월1일부터 10월4일까지를 지구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행동하는 기간으로 정했습니다. 이 기간을 지내면서 지구에 대한 문해력이 높아지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편재한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좋으신 주님의 은총이 우리 가운데 임하시리를 빕니다(2022, 김기석, 사랑은 느림에 기대어, p.267)."

 

<2022, 김기석, 사랑은 느림에 기대어, p.267>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렸다. 아이들의 행동을 보며 걱정하고 날카로운 말을 했다. 마음이 무거워져서 물속에 가라앉은 것이다.  다시 물 위로 뜰 수 있는 것은 몸에 힘을 빼는 것이다. 가볍게 다시 물 위에 뜬 느낌을 유지하고 다시 발차기를 하고 팔을 젓는 것이다.

 

토요일 아침 아이가 "깨어났어"라는 말로 아침을 열었다. 일어났다는 말이 익숙했는데 깨어났다는 말이 신선했다. 알에서 깨어나는 병아리를 본 적이 있다. 알에서 깨어나기까지 따뜻한 온도가 필요했고, 여러 날을 준비한 뒤에야 병아리가 알껍질을 톡톡톡 깨어서 세상으로 나왔다.

 

깨어나오기 힘들어하는 알도 있었다.  힘들어하는 병아리의 껍질을 살짝 건드려줬더니 그 병아리도 깨어났다. 김기석 목사님의 글처럼 내 눈을 가리고 있는 비늘과 껍질을 톡톡톡 부수고 세상으로 나오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래서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환한 보석들을 봤으면 좋겠다. 내가 깨지 못하는 껍질을 부수도록 도와주는 가족들과 주위에 사람들의 사랑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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