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나가는 생각을 붙잡다

소풍

막내가 소풍을 갔다. 
소풍이 공지되기 전부터 대형버스에 어린이 안전띠 문제로 소풍을 못 갈 수도 있다고 했다. 
버스에 어린이 안전띠를 만들수도 없고, 너무하다 싶었는데.. 다시 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아이는 엄청 설레했다.  
소풍가기 전날인 어제는 준비물을 포스트잇에 적고 친구와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집에 있는 칠판에까지 작성하여 소풍을 준비했다. 
 
소풍 때 싸가고 싶은 것 중에 소시지로 문어를 만들어달라는 것도 있었다. 
어떻게 할 지 몰랐으나,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문어눈을 만들 치즈까지 준비했다. 
아이에게 치즈에서 눈을 뚫어 낼 빨대가 없다고 하니, 눈은 없어도 된다고 했다. ㅎㅎ
작년에 소풍을 다녀와 친구들이 도시락을 아기자기한 모양으로 싸 온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는데, 
얼마 전에는 소풍을 기억하며 "소풍 가서 먹는 엄마 김밥이 제일 맛있어."라며 "나 김밥 좀 싸나?"라는 마음을 들게 했다. 
 
나도 초등학교때인가?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가 김밥 싸는 모습을 지켜보던 때가 생각난다. 
나는 오이를 넣지만 엄마는 시금치를 넣은 김밥이 생각나는 아침이었다. 
 
 아이는 어제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  내가 몇 시에 일어나는지 까지 묻고 안심하고 잤는데, 
나는 일어나지 못하고.., 아이가 아침에 자고 있는 내 옆에 와서 나를 깨운다. 
 
아이의 설렘에 동참하지 못하고 나는 도시락싸는 것을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단순한 반복은 생각할 여유를 준다. 김밥을 차근차근 싸고 있자니 아이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얼마나 설렐까? 100%공감은 못하지만 그 설렘에 가까이 다가가니 나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소풍 도시락을 준비하게 된다. 
 
아이를 배웅하며 혹시 소풍이 싫은 아이들이 있으면 어쩌나? 
친구 사귀기가 어려워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소풍이 힘들게 느껴지는 아이들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되는 맘이 들었다. 
우리 아이가 민간함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있어주는 아이가 되길 바라게 된다.
 
40대 중반이 되가면서 지금까지 내가 지나온 일들을 새로이 걷는 이들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도 기뻤던 일, 설렜던 일, 걱정했던 일들을 겪을 때가 있었지. 나도 처음일 때가 있었지. 내가 겪었던 일들을 당연히 내 아이들도, 다른 누군가도 처음 겪고 있다. 그들이 겪는 '처음'에 공감하고, 참여하고 싶다. 때론 나의 경험에 비추어 따뜻한 불이 되어주기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함께 기쁨을 느끼고 싶다.  
 

 
 
 
 
 
 

'지나가는 생각을 붙잡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체영향력  (0) 2024.06.02
선택의 길  (0) 2024.05.31
사이좋은 나무  (0) 2023.09.25
작은 어금니 치료기.  (1) 2023.09.21
green  (0) 2023.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