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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생각을 붙잡다

반가운 소식

어제는 대박 사건이 있었다. 
30여년 만에 나의 국민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지속적으로 은사님을 찾아뵈는 훌륭한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는 지나간 사람들은 잊고 계속 변화되는 환경에 적응해가는 사람이다.
어제 막내아이가 초등학교에서 하고 있는 합창단 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경기도에서 합창단, 사물놀이, 뮤지컬, 국악오케스트라 등.. 학교마다 특색 있는 예술동아리들의 공연이었다. 
순서마다 학교를 소개하며 함께 온 교장선생님께 환호하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 딸 학교가 지나가고 다음 학교 교장 선생님을 소개하는데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앗 나의 4학년때 선생님 이름이 아닌가. '이름만 같은 거 아니야?' 생각했고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머리는 백발이셨지만 코가 엄청 컸던 것이 생각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비슷한 것 같았다.  
어떻게 아직도 그 선생님의 얼굴이 기억나는 걸까? 사람의 기억력이란 것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공연 마치고 가서 내가 다닌 초등학교를 아시는지 여쭤봐야지..' 하며 쿵쾅거리는 마음을 잠재우고 공연을 감상했다. 
드디어 공연이 끝나고 출입문으로 가고 있는데 객석 중앙 쪽에서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계신다. 
'그냥 갈까?' 하며 가까운 곳에서 얼굴을 자세히 봤는데 맞는것 같다!  
다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
나: "혹시 oo초등학교에서 일하신 적 있으세요?"
선생님: "네, 맞아요." 
나: "그 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어요." 
선생님: "반갑네요." 하며 악수를 했다.  "이름이 어떻게 돼요?"
나: "OOO이라고 해요." 
선생님: "기억이 나는 것 같은데.."
나: "기억 안나실 거예요.." 
선생님: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
나: "OO에 사는데 제 아이가 공연을 했어요." 
"4학년 때 참 좋으셨던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선생님 건강하시고요, 저는 잘 살고 있어요. 감사드려요." 
 
흥분의 도가니속에서 절제가 안 되는 얼굴 경련을 일으키며 인사를 했다. 
아마도 나는 4학년때로 돌아가서 젊으셨을 적 청년이셨던 선생님을 만나고 있었던 것 같다.  
 
집에 와서 따져보니 33년 만에 본 것이다. 이렇게 오랜 인연의 사람을 봐도 알아채지 못했을 텐데. 
삶에서 정말 신기하고 반가운 감정을 느낀 날이다. 과거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다.
 
선생님께서도 교장 선생님으로서 이제 은퇴를 얼마 안 남기셨을텐데, 혹시라도 은퇴를 앞두고 헛헛한 마음이 드셨다면 
어제의 만남이 선생님의 교직생활에서 작은 보람이 되셨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