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
오늘 아침엔 '맛있다!'라는 말이 잔잔하지만 은은하게 향기가 나는 말로 들렸다.
늘 시댁에서 김치를 먼저 했지만 이번 해는 친정에서 김치를 먼저 하게 되었다.
그래서 늘 가득차있던 냉장고에서 엄마가 준 김치를 감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은 김치 냉장고가 텅 비어있다. 텅 빈 냉장고에 자리 잡은 어제 받아온 싱싱한 김치는 존재감을 품 품 내뿜고 있다.
(난 싱싱하고 아삭한 김치를 좋아한다^^)
엄마의 뜻을 기꺼이 순종하리라! 마음 먹지만 엄마의 말에 자주 토를 단다.
내 딸이 그러면 화내면서.. ㅎㅎ. 이번에도 김치를 한다길래 "무는 채를 썰어라.", "너무 많이 하지 말아라." "난 한통만 가져간다." 엄마에게 요구사항이 많았다.
밭에 심은 배추중에 제일 좋은 배추들을 오빠와 나에게 주고, 엄마의 김치는 작은 것들만 있다고 한다ㅠㅠ .
'왜 그래? 엄마가 좋은 것 먹어야 나도 마음이 편하지.' 라며 투덜될 수 있지만..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그 마음이 이해된다.
아무리 맛있는 것이 있어도 자녀들을 먼저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난 맛있는 것을 내가 먼저 먹곤 하는데, 엄마아빠세대의 그 사랑을 어떻게 따라갈까?
점점 아는 것은 많아져 나이 많으신 분들을 답답하게 생각할 때도 있지만,
어른들에게 있는 사랑은 따라갈 수가 없다. 그 사랑을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 같다.
청출어람( 靑出於藍: 제자나 후배가 스승이나 선배보다 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분명 선생님보다 학생이 훌륭해지고, 그 제자가 더 훌륭해져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지식뿐 아니라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도 어른들보다 더 커져야 하겠다.
오늘 아침 이 귀한 김치를 누룽지와 먹으며 우리집 막냉이는 "이거 누구 할머니가 해준 김치야?" 묻더니 젓가락 가져오기가 귀찮아 손으로 집어 먹으며 "맛있다!"라고 말했다.
나의 양심( my voice) 에게 말을 건
아이의 목소리 (your voice)!
아이들은 자주 내 양심에 말을 걸어준다.
그래서 고맙고 부끄럽다!
그러니까 나도 아이들처럼
"맛있다!" 고 자주 말해야지..^^
'지나가는 생각을 붙잡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Dear friends (4) | 2024.12.27 |
---|---|
눈 결정체도 다 다르게 생겼다. (1) | 2024.12.20 |
‘이 정도면 충분해’ 란 마음. (0) | 2024.11.13 |
반가운 소식 (1) | 2024.10.31 |
흐린 뒤 맑음. (0) | 2024.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