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남편이 바다에 가자는 말에 얼른 갈 곳을 찾아보았다. 늘 가던 바닷가에서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좋을 때도 있었다. 작년 따뜻했던 날에 캠핑 의자를 급히 사고(다이소에서 급조한 탓에 엉덩이 반쪽만 앉을 수 있었던..)
그늘막을 치고(그늘막 텐트가 사방이 뚫려있어 바다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잠깐이지만 그것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쉴 수 있어서 감사했지^^ 그러나 조금 지난 뒤 우리는 돗자리에 누워 빙빙 돌며 지루해 했다. 시간을 때웠다.. ㅎㅎ
아무튼 그래서 이번 여행은 똑같은 반복을 하기 싫었고, 요즘 심미안에 관한 책을 보고, 사진에 관한 책을 보아서 예술 작품에 관심이 생겼다.
<<내 생애 멋진 사진 한장>>이란 책에서 시간이 많은 주부들이 카페에서 신세 한탄을 하는 것을 보고 조언을 해주었다. 예술을 생산할 수 없어도 예술을 보고 즐길 수는 있다고. 그러면서 삶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그래서 나도 예술을 모르지만 오래 보면, 많이 보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예술에 관심이 생겼다.
이번 여행에 앞서 강릉 여행을 검색했고, 그중에 '하슬라 아트 월드'란 곳이 눈에 들어왔다.
가는 도중에 '통일안보전시관'이란 표지판을 보고 남편이 가볼까 했다.
전 같으면 반대의견을 냈겠지만, 요즘 남편이 "너는 내 의견에 모두 반대 하는거야?"라는 말이 내 마음속에 와 닿았고 나를 돌아보았을 때 정말 남편의 말에 부정적으로 말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내 마음에 드는 직관적인 생각보다 남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해보려고 한다. 남편 역시 나와 함께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감사하다.
언덕 위에 있는 '통일 안보 전시관'에서는 바다도 멀리 보이고, 초록초록한 산도 보였다. 마치 눈이 밝아지는 것 같았다.
남편이 야외에 전시된 장갑차, 대포, 잠수함을 보며 곧 군대를 갈 아이들을 향해 열렬하게 설명해주었다.
그 후 '통일 안보 전시관' 실내에 들어갔다. 북한의 공격을 막고자 한강 다리가 일부 폭파되어서 한강 얼음 위로 피난 가는 사람들을 모형으로 꾸며놓은 것을 보며 아픔이 느껴졌다.. 실제로 남편의 외할머니가 얘기해주셨는데, 살 얼음 위를 걷다가 뒤에서 밀고 밀려 죽은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ㅜㅜ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며, 전쟁이 일어날 수 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준비해야 하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군인들이 전방 구석구석을 잘 살펴야 하는 것 같다.
그 다음 간 곳은 '하슬라 아트월드'. 강릉여행 검색 베스트 2위 답게 주차장에 자리가 없었다. 언덕 아래로 주차를 하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4명의 아이들은 걷는 것을 안좋아해서, 서로의 마음을 관리해주는 차원으로 점심 먹고 다시 오기로 하고 정동진 해변으로 향했다.
칼국수, 닭갈비, 초당 순두부도 맛있었겠지만 아이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것 같아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CU에 갔다. 6명이 배가 고프니 라면에 김밥에 도시락에 '편의점을 털어라'인줄...ㅎㅎ
아무튼, 맛나게 평화롭게 점심을 먹고 모래 놀이 장난감을 사서 바다로 고고!
한번 놀고 안 한다고 해도, 지금 모래 놀이를 사 달라고 하는 3학년 H.G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가.. 더 나이 들어 이곳에 방문했을 때, '그 때 모래 놀이 사줄걸, 지금 3학년 H.G가 그립구나'하며 궁상떨기 방지하는 차원으로 바로 구입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웠지만, 정말 맑은 날씨였구나!
우리는 아이들의 부족한 모습을 보고 훈육을 하며 마음이 힘든 시간들을 견뎌야 하고, 아이들 또한 부모의 부족한 모습에 마음을 추스려야 하는 과정에 있다. 아직도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렵지만,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한, 우리 가정이 점점 더 온전해질 것을 믿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루하루 조그만 언덕을 매일 넘어가며 서로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슬라아트월드'에서 작품을 감상하기엔 사람이 너무 많은 주말이기에,,
한산한 호수에서 가족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상상하며 '경포 호수'로 출발!
ㅎㅎ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며 강릉 시내로 들어가는데 차가 어찌나 많던지..
후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호수 둘레길을 걸었다. 호수가 생각보다 넓었는데 자전거 대여소는 우리와 정반대에 있는 곳이라 일찍 자전거를 포기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대노했다.
잠시 아이들과 거리를 두고 걸으며 아이들도 우리도 마음을 다시 잡고, 즐거운 마음으로 호수를 반 바퀴 걸었다. ㅋㅋ
다시 주차장까지 가는 여러가지 길이 있었는데, 우리가 선택한 길은 숲속길이었다. 산을 걷는 것 같은 길에서 오리배도 보고, 석화와 고동을 보고 신기했다. 이곳은 진짜 사진각 이라며 사진을 많~이 찍었다.
만족할만한 사진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으로 가고 싶었던 곳은 '테라로사 강릉점'
그러나 이곳도 만원이었다.
이곳에서 가족사진을 찍고 집에 걸어둘 정도로 좋은 기억이 있어서 다시 찾아갔지만..
아이들이 먹을만한 쵸코렛 음료가 매진이라 함께 먹을 수 있는 휴게소를 기대하며 강릉IC로 방향을 틀었다.
예정했던 것들은 다 못 보고, 못 먹었지만,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잔뜩 가져온 날.
계획과 어긋나서 인생은 더 흥미로운 것인가?
그 과정이 오늘처럼 힘든 일도, 마음이 안 맞는 일도, 다투는 일도 있겠지만
그 끝은 언제나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
앞으로 할일! 여행 다녀오면 감동적인 사진 인화하여 집 벽을 활용해 사진 붙이기.
사진은 시간을 간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여행 다녀온 기록을 남겨서 가족과 공유하기.^^
모두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