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 스파플러스를 다녀오다.
어린이날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 막내 k4가 좋아하는 수영장이 생각났다. ‘에이, 너무 춥지 않을까’ ‘수영장 가려면 준비할 게 많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 갈 곳에서 제외시켰다.
저녁에 남편이 “어린이 날에 뭐하지?”, “수영장 갈까?” 물었다.
아.. 얼마전 남편말에 무조건 부정하지 않기로 결단한 마음이 생각났고, 난 영혼없는 목소리로 “그…래.”라고 말했다. 저녁시간이라 체력이 다 소진됐을 때여서 그랬다고 변명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특기인 복잡하게 생각하기! 가 시작되었다. “청소년 두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하지?”, “짐은 언제 챙기지?” 등등..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사서 걱정하자 마음의 평화가 깨지고,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냥 짐 싸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고, 허심탄회하게 청소년 두 아이에게 말하면 될 것을..
그런데 나는 감정이 올라오면 처리 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길 때 충분히 생각하고, 어떻게 말해야할지 미리 계획해야 흥분하지 않고 말하게 된다. 물론 급하게 다다다다~ 말하며 이 말을 도대체 왜 꺼냈는지 나와 상대 마음을 흐트러트릴때도 많지만 말이다.
다행히 어린이날 어린이들을 위해 헌신해주는 아빠와 오빠들 덕분에 수영장에가서 놀 수 있었다.
“엄마, 수영장에 애기들 밖에 없는데요.” 하는 k1.
주변을 둘러보니 진짜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식사를 하면서 맞은편에 앉은 가족도 늦둥이 동생 덕분에 청소년 언니 오빠랑 같이 수영장에 온 가족을 보았다. 그 가족을 보며 ‘우리랑 비슷한 사람들도 있구나.’ 하며 위안이 되었다. 원래 최고의 위안은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비슷한 사람을 보는거라 하지 않았던가.
썬베드도 넉넉치 않았지만, 작아서 오밀조밀 노는 아이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고 온천에 앉아있자니 왕이 된 것 같기도 했다. 수영을 하고 샤워를 하러 들어간 온천탕의 물이 참 깨끗하고 좋았다. 많이 건조해서 부드러운 피부를 부러워하는 막내의 피부도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아이와 종종 가자고 했다.
지나고보니 물속에서 어린아이처럼 나도 놀아볼 것을.. 후회가 되기도 한다. 이제 중년으로 접어든 나이, 몸이 거부하지만 마음에서 뜨겁게 시키는 것들을 조금씩 해보면 어떨까. 어른처럼 아이들을 놀아주려는 무거운 마음음 내려놓고,
어린아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물속에 들어가보면 어떨까.
자연히 물장구도 쳐지지 않을까.
그러다가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나 정말로 어린이의 마음으로 놀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