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영일기

수영 둘째날

아직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수영장에 갈 생각을 하면 '아~ 물에 젖기 싫다.' 고로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난 아줌마 아닌가. 내건 내가 챙긴다! 돈을 냈는데 어떻게 안 가나?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짐을 챙겨본다.

지난주에 조금 넉넉한 시간에 가서 벌써 꾀가 생긴 건지, 가기 싫은 마음이 반영된 건지, 출발시간이 늦어졌다. 그랬더니 차에 타는 것도 늦어지고, 10분 차이인데도 도로는 꽉 막히고, 주차 자리가 없어 강습시간이 촉박해졌다. 마음은 조급해졌지만, 어떻게 할텐가? 누구를 탓해봤자. 늦은 건 어쩔 수 없는건데.

멘탈을 단디 하고,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샤워부스에서 기다리는데 나는 처음 보았는데 어떤 분께서,
"화목반 초급이죠? 키가 커서 알아보겠네? 반갑네. 그런데 내 물안경이 없어졌어? 어떻하지?" 라고 얘기하셨다.

초급인 사람은 작은 것 하나에도 조급해지고 불안해진다.
난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여분이 있을거예요~"라고 말씀드렸다. 실제로 아이들이 수영다닐 때 위에서 지켜보며 여분의 물안경을 주시는 걸 보았다. 그래서 순간 도와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늘은 두구두구~ 드디어 킥판을 잡았다. ㅎㅎㅎ킥판을 잡고 발차기로 나가며 호흡을 하는데, 아침에 컨디션 안좋은 것들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진도가 빠르다고 해서 내가 따라잡으려고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나는 내게 주어진 과제를 해 나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볍고, 추운건 물에 들어갈 때 잠깐이었고, 몸에 활력이 도는 것 같았다.

뒤를 보니 첫 수업에 같이 하신 분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살펴보니 다시 발차기 연습을 하고 계셨다.
"킥판 잡고 해보세요~" 했더니
"앞으로 안 나가서 연습하고 있어요." 하신다.

킥판으로 앞으로 나가는 게 느려도 더 재미있어서 그 분도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발을 봐드렸다. 그리고 내 발차기 하는 모습도 보여드렸다. 그리고 느낌을 설명해드렸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나보고 얼른 오라고.. ㅎㅎ 나 앞가림도 못하면서..가르쳐주고 있었다. ;;

선생님께서 그 분에게 설명해주셨다. 잠시 후 앞으로 안나가시던 두 분이 킥판을 잡고 앞으로 가고 계셨다.
와우~ 기분이 좋았다.

"다음달엔 앞으로 나갈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시던 분은 얼마나 기쁘셨을까? 이게 무엇을 배워가는 기쁨인가 보다.

40대, 50대, 60대.. 많은 분들이 계신다.
나이와 상관없이 초급반의 얼굴에는
더 많은 설레는 표정들이 있다.

아마도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기뻐하는 태도 때문이 아닐까.

'수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무대  (0) 2022.08.30
비가와도 좋아.  (0) 2022.07.21
3초만 기다려.  (0) 2022.07.12
특별한 평범함  (0) 2022.06.21
수영강습 첫째날  (0) 2022.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