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막내딸 HK가 등교할 때 나가 수영장에 여유 있게 도착했다.
3년 전쯤 다녀본 적이 있어 수영장에 가서 키를 받고 락카에 가며.. 수영강습 준비과정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익숙한 수영장 실내, 아는 사람 하나 없지만 3년 전보다 안정감을 느꼈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건가? 뭐든 처음이 있을 텐데.. 처음 느껴보는 두려움과 설렘도 괜찮은데..
3년이 지난 후 나는 혼자 멀뚱멀뚱 있는 시간도 좋았다.
처음에 들어갈 때 물이 따뜻했고, 가만히 있으면 추웠다. 그래도 그 시원한 느낌도 좋았다.
무엇이든 시작해보는 것은 좋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난 평형까지 배워봤다. 그런데 성실하게 배운 학생이 아니었다. 중간에 자주 빠졌다.
그리고 그때 '화병'이 걸려서 건강상태가 안좋았다. 심리상태가 안 좋으니 건강도 안 좋아졌다.
셋째 딸 CK가 교통사고를 당한 일을 겪고 난 '왜 내게 이런일이!!!" 질문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 당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할 때라..
나름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동네 아이들 우리집에 매일 데리고 놀고,
시간을 내어 무릎꿇어 기도하고, 저녁마다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나의 힘이였나보다.
내가 이만큼이나 하는데 교통사고를 당하다니... 멘붕에 빠졌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의원에 가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얘기하니 나에게 '화병'이라고 하셨다.
많이 놀랠 수 있었겠다 라며 공감해주시는 한의사 선생님의 정성이 따뜻하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 이후 건강검진을 하며 내게도 병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수영을 등록하게 되었다.
어릴 적 수영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배우려는 마음이 들지 않았겠지..
이렇게 30대 후반에 수영을 시작했다.
어느날은 수영을 가서 준비운동을 하는데 눈앞이 까매지며 시야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그런 적이 있어서 두려움이 밀려왔다. 운전을 하고 가야 하는데 앞이 안 보이면 큰 일이기에
선생님에게 말씀드리고 나온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자유형부터 배영을 배우고 평형을 초기까지 배우며..
'인생수업', '당신은 하나님을 오해하고 있습니다'라는 책을 읽으며
나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하나님은 내가 부를 때만 계신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상황에 있어도 함께 하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잘못도 아닌, 타인의 잘못도 아닌, 감기처럼 내게 '그 일'이 온 것이다.
그 일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사랑은 변하지 않으신다.
나는 수용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된다.
지금도 물론 쉽진 않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을 하며 나의 생각을 세워가는 시간을 보상으로 얻게 되었다.
그래서 무언가 고민이 될 때, 계속 질문하고, 찾아보고, 생각하며 내면이 단단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질문에 갇혀 세상과 문을 닫으면 안 되는 것 같다.
오늘도 수영수업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주신 분이 계셨다.
그분은 수영을 처음 배우는 분이셨다. 얼굴에 생기를 가득 품으시고 계신 채로..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셨다.
오늘은 발차기와 호흡법을 배웠다.
경험이 있는 내겐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그 분은 자유수영시간에 와서 연습을 한다고 하시며 가셨다.
처음 시작하신 다른 분들도 눈을 크게 뜨고 "벌써 끝났어?" 라며 놀라셨다.
나는 '이제 끝났다~야호' 하고 있었는데..^^;;
내게 풀리지 않는 질문이 있어도,
이런 질문을 이 나이에 한단 말이야? 세상 철없어 보여도
시작이 반이 아닌가! 시작하는 사람에겐 강한 동기부여가 있지 않은가!
처음 살아가는 삶이라 참 어려울 때가 많지만
세상엔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따뜻한 분들이 많다.
내가 눈을 들어 돌아보면 나의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 분들의 따뜻함이 내 마음을 열어주는 것 같다.
오늘도 따뜻함을 발견한 하루..
내게 이런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