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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생각을 붙잡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어제는 엄마가 아빠와 강릉에 왔다고 전화하셨다. 오늘은 울릉도에 가신다고 하셨는데, 오전에 연락이 안 되어 걱정이 됐다. 점심때 전화연결이 되어서 연락이 왜 안 되냐고 했더니  망망대해에서 어떻게 전화가 될 수 있냐? 하신다. 나도 참..
 
내가 청년 때는 부모님께 연락 오는 게 그렇게 성가시더니, 이젠 내가 부모님을 걱정하는 때가 왔다니.. 정말 모든 일엔 때가 있나 보다. 부모님의 연락을 귀찮아하던 내가 반대로 연락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9. 사람이 애쓴다고 해서, 이런 일에 무엇을 더 보탤 수 있겠는가? 
10. 이제 보니,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사람에게 수고하라고 지우신 짐이다. 
11. 하나님은 모든 것이 제때에 알맞게 일어나도록 만드셨다. 더욱이,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을 주셨다. 그러나 사람은, 하나님이 하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깨닫지는 못하게 하셨다. 
12. 이제 나는 깨닫는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 
(전도서 3:9~12, 새 번역)
 
전도서 말씀에는 사람에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은 주셨지만 하나님이 하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청년의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부모님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부모님께서도 지금은 적절하게 자녀를 놓아주셔서, 서로 마음을 더 주고받을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다. 40대 중반이 돼야 깨닫게 되는 것인가.. ㅎㅎ
 
마음 같아서는 그러한 시기가 지금 내 자녀와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면 좋겠는데.. 욕심일 수도 있겠다. 그 적절한 때를 맞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실현해 나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떤 때는 갈등이 생겨 미움이 피어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그 사람과 조금 거리를 두고 시간이 회복해 주길 기다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느 시점에 미움이 사랑으로 변화될 때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나의 부모님은 70대가 되어서야 평일에 여행을 하게 되셨다. 아빠가 은퇴를 하시고 아직 일 년도 되지 않았는데, 부모님이 너무 놀러만 다니시나? 생각했다. ㅎㅎ 70년 만에 자유롭게 여행 다니시는 건데, 난 너무 시간을 빠듯하게만 살려고 했나 보다. 오늘은 울릉도에서 펜션을 잡으시고, 펜션 사장님이 택시로 가이드도 해주신다기에 울릉도 일주를 하신단다.
 
엄마는 어제 '더 늦기 전에 울릉도로 여행을 간다'라고 하셨다. 용기내신 부모님이 자랑스럽다. 때가 있음을 알고 때에 맞게 사는 것이 얼마나 지혜로운가! 사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의 때를 알고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내는 모습이 멋지다. 
 
나도 내게 주신 때를 알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루하루 집중하며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그때를 내가 알 수 없기 때문에 길을 가다가 너무 실망하지도 말고, 넘어다시 일어나 툭툭 털고,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걸어가면 좋겠다.
 
나중에 내 걸어온 길을 보았을 때, "그때 걷길 잘했어! "라며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말이다. 
 
"또한 그 달리기 끝에서 느끼는 우울함이나 허망함과 같은 감정들은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거다'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달려갔다가, 막상 이루고 나서야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달려본 사람만이 압니다. 또 그게 내가 꿈꾸거나 상상했던 것처럼 대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만큼 불필요한 집착이나 아집을 버릴 수도 있어요. 그만큼 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치열하게 달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부든 사랑이든, 일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럴 수 있는 뭔가를 만나고 그만큼 노력을 한 다음에 찾아오는 이 우울함을 경험해 보기를 바랍니다. 그러고 나면 아마도 또 다른 세계가 여러분 눈앞에 펼쳐질 겁니다(라틴어 수업, p.167, 한동일저).
 

요즘 읽고 있는 책


 
https://www.youtube.com/watch?v=l4P4JxR-LS8
청파교회 전도서 묵상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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