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걷기는 나를 정화시켜 주었다.
오랜만에 아주 약간이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해는 구름에 가리어졌고,
오전에 새로 산 식탁이 배송된다고 하여 책 읽기도 집중이 안되었고,
경비아저씨께 예전에 쓰던 낡은 식탁에 폐기물 스티커 값을 지불하러 내려가는 김에
오늘은 멀리 걸어가 보자! 오늘이 날이다! 하며 아끼는 운동화를 신고 우산을 챙기고 나갔다.
역시나 걷기 시작하면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이다.
오늘은 김창옥의 강의를 들으면서 걷기를 시작했다.
싫은 사람과 함께 하려면 어떡해야 하나..
귀순한 사람의 사연이 기억난다. 자유를 꿈꿔 남한으로 왔는데 2년이 지나니 감정이 메말라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즈음에 김창옥 강사님을 유튜브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왜 감정이 메말랐을까? 얼마 전 '탈주'라는 영화에서는 남한도 정답이 아닐 거라고 그곳도 힘들 거라며 남한으로 가는 것을 말렸다. 그런데 주인공은 스스로 실패도 하고 싶다며 남한을 선택한다. 실패라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꼈었다. 사연의 주인공은 실제로 남한으로 온 분은 북한에서는 먹고 살 생각만 하면 되는데, 남한에 와서는 인간관계등 혼자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져 감정의 메마름을 느꼈다고 한다. 막상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은 더 힘들겠지..
사람은 의미를 찾을 때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생계가 기본적으로 책임져져야 하지만, 어느 정도 충족된다면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다.
그런데 의미를 찾기는 쉽진 않다. 자신의 마음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알아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도 만만치 않게 필요하다. 그렇지만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면, 나아가고자 하는 길에서 자꾸 이탈하지만 다시 그 길로 올라서기를 지속한다면 조금씩 차곡차곡 쌓일게 분명하다.
걷는 동안 나의 진로에 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도 생겼다.
그동안 많이 걸었고, 책도 열심히 읽었고 , 취미활동도 체험해 봤다.
그런데 깊이 파 본 것은 책 읽기 정도다.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고수의 경지에 오르기 어렵다고 하던데
역시 취미라는 마음을 가지면 깊이 파고들기가 어려운 것 같다.
걷고 돌아오며 결론은.
내 삶도 괜찮다. 내 생각보다 나의 자녀들이 있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충족감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하루 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들에 가끔 외로움이 찾아오지만 그 시간들을 능동적으로 내가 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늘 그렇지만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내게 가까이 있는 것, 깊이 파려면 지금 누리는 시간도 부족하다.
고등학교 때 자율학습시간에 여러 과목책을 갖다 놓고 이것 조금 저것 조금 봤던 친구가 있었다.
내 짝이었는데, 나도 공부를 잘하지 못했지만, 책상에 쌓인 책을 보며 '언제 이걸 다 하나?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생각하며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내일의 시간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현실적으로 구분하는 능력이 생겼다.
그럼 이제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행동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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